뉴욕 허드슨 강변의 작은 마을, 슬리피 할로우는 깊은 안개와 고요한 숲, 전설 속 유령들이 어우러진 신비로운 곳이었다. 이 마을에는 밤이면 말을 타고 나타나는 머리 없는 기사, 즉 ‘헤드리스 호스맨’의 전설이 전해지고 있었다.
어느 날, 이곳에 떠돌이 교사 이카보드 크레인이 들어왔다. 그는 왜소하고 우스꽝스러운 인물이었지만, 식욕과 상상력만큼은 남다른 사람이었다. 그는 부유한 농부의 딸, 카트리나 반 태슬에게 한눈에 반하였고,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했다. 그러나 이카보드의 가장 큰 장애물은 그녀의 유력한 구혼자인 브롬 본즈라는 거칠고 대담한 청년이었다.
가을날 저녁, 이카보드는 반 태슬 가의 파티에 참석한 후 어두운 길을 홀로 돌아오다 전설 속의 유령과 마주하게 되었다. 그는 필사적으로 도망쳤지만, 유령이 던진 호박에 맞고 사라지고 말았다. 다음 날 남겨진 것은 그의 모자와 깨진 호박뿐이었다.
이카보드의 실종을 두고 사람들은 머리 없는 기사에게 끌려갔다고 믿었고, 또 어떤 이는 그가 브롬의 장난에 굴욕을 느껴 마을을 떠났다고 믿었다. 몇 년 후, 브롬이 카트리나와 결혼하고 유쾌하게 웃는 모습을 보며,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다시금 떠올렸다.
이 이야기는 고요한 마을 슬리피 할로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낭만과 공포, 그리고 인간의 허영과 욕망이 빚어내는 고전적 전설로, 미국 고딕 문학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.
워싱턴 어빙(Washington Irving, 1783–1859)은 미국의 대표적인 소설가이자 수필가, 역사학자, 외교관이다. 《슬리피 할로우의 전설》과 《립 밴 윙클》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.
대표작으로는 《제프리 크레용의 스케치북》, 《알함브라 이야기》, 《콜럼버스 전기》, 《조지 워싱턴 전기》 등이 있다. 1840년대에는 미국 대사로 스페인에 파견되었으며, 유럽과 미국에서 모두 인정받은 미국 문학의 선구자였다.